앨범이 다음달 3일에 나온다. 개인 앨범은 아니지만, 정규 볼륨이고, 나름대로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작업이 마무리되니까 허탈하고 아쉬운 점도 많지만, 한계를 인정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람들 반응이 어떨진 나와봐야 알겠지, 넷플릭스 카우보이 비밥 실사화처럼. 존나 불안하다.
지난 추석 연휴엔 성수동에 있는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원래 연휴 시작 전 금요일에 예약이 되어 있었는데 엔지니어분 사정으로 일요일로 밀렸다. 혹시나 명절이라고 길이 밀릴까 봐 1시간 일찍 수원에서 출발하니 정확히 1시간 일찍 도착하더라. 약속 시각 전에 혼자 스튜디오에 앉아 있기도 뻘쭘해서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텅텅 비어 있는 서울 번화가가 워낙 생경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다.
정시에 쿤디 씨와 합류하여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밖에서 볼 땐 굉장히 화려한 건물이었는데 복도는 묘하게 낙원상가가 생각나는 구조라서 친근했다. 물론 내부 설비는 제대로였고, 뒤쪽에 있는 소파도 편안했다. 그런 소파는 얼마나 할까. 제대로 된 장비나 어쿠스틱이 갖춰진 곳에서 내 음악을 듣는 건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연예인의 피부 트러블이 UHD 화질로 드러나듯, 소리가 잘 들리니까 맘에 안 드는 부분도 더 잘 들리더라. 그저께 맞은 코로나 백신 부작용까지 더해져서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옆에 있는 사람들도 다 연휴에 일하러 나온 건데 혼자 열난다고 고개를 처박고 있었으니… 괜히 걱정 끼친 것 같아 아직도 죄송스럽다. 그래도 일은 일이니까 모니터링할 때는 타이레놀로 버텼다. 중간중간 담배 타임으로 다 같이 나가 바깥바람을 쐤는데, (비록 나는 비흡연자지만) 이것도 열 식히는 데에 도움이 됐다.
그 후에도 온라인으로 자잘한 수정 작업을 거쳐, 마침내 어제 정식 음원이 픽스되었다. 트랙 리스트나 크레딧 작성은 데자부 사측에서 도움을 주었고, 이제 정말 발매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인터뷰나 뮤직비디오 등 별도의 프로모션을 하지 않기로 한 건 내 의견이었는데, 곡에 직접 주석을 달거나 청자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뮤비 제작은 투자금 회수도 어렵고 ㅎㅎ. 쉰내 나지만 ‘음악으로만 승부를 보고 싶다.’ 같은 고리타분한 생각도 여전히 갖고 있다. 그 고집 때문에 거지로 남는다고 해도… 물론 그렇게 되면 땅을 치며 후회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