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m ll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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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첫 싱글, 송정맨션 CD, 인스타 라이브

지난달 25일에 신곡 shotgun (#1) 을 발매했다. 음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낸 싱글이다. 지금껏 스스로를 ‘앨범 단위로 말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달랑 3분 내외로 말이 되는 걸 만들려니 영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유통사에 자료를 넘기는 마감일 저녁까지 믹싱, 마스터링을 하느라 담당 직원분에게 굉장한 신세를 진 것은 덤. 능숙한 프로 뮤지션이라면 매달 싱글 하나 정도는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막연하게 떠올렸던 ‘월간 김라마’는 정말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래도 당분간은 이런 릴리스 방식을 고수하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싱글보다는 앨범 작업의 스트레스가 훨씬 심하기도 하고, 요즘은 계속 단상에 가까운 아이디어만 떠오른다. 이런 단편이 어느 정도 쌓이면 단편집 형태로 엮어 보려고 하는데, 또 언제 생각이 바뀔지…

어제 저녁 6시엔 작년 10월 발매한 송정맨션 의 피지컬 앨범(CD) 예약 판매 페이지가 열렸다. 디지털 스트리밍과 실물 공개까지 반년이 좀 안 되는 공백이 있었는데, 이건 CD 제작 논의 자체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 원래 작업 초기부터 온라인 공개만 생각했었고, 많은 분들의 응원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없었다면 아예 나오지도 못했을 물건이다. 완제품이 내 손에 들어온 게 아니라 아직 걱정 반, 설렘 반이지만 시안대로라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지난 주말에는 CD 발매 소식을 전하기 위해 대-스타들만 한다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켰다. 무려 이틀 연속으로. 굉장히 어색했지만, 그만큼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송정맨션 이 막 발매되고, 김라마라는 음악가에게 붙은 수식어는 대부분 ‘미지’에 국한되어 있었다. 숨어 있던 재야의 인디 음악가 같은 타이틀은 맘에 들었지만, 동시에 입맛이 썼다. “난 한 번도 내 의지로 숨은 적이 없는데 말이지! 당신들이 날 못 찾은 거다!”라고 외치고 싶었다. 물론 그렇게 당당하기엔 지난 몇 년간 이렇다 할 대외활동이 없었지. 젠장. 아마 앞으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난 여전히 작은 사람이고, 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무섭다.

다만, 팬들과 소통하고 반응을 얻는 게 (그게 꼭 경제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음악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동기 부여가 된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자기만족을 위해 음악 한다는 헛소리는 슬슬 내려놓을 때가 된 거다. 결국 내 자기만족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서 왔고, 옹졸한 내가 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만 장장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주 자랑스럽다.